“그래도 걸어야 관절에 좋대.”
그래서 아픈데도 참고 30분, 1시간씩 걷는 분들이 있는데요. 걷기가 누구에게나 좋은 무릎 운동은 아닙니다.
무릎 연골이 어느 정도 닳았는지, 허벅지 근육이 충분한지, 통증의 원인이 관절인지 힘줄인지에 따라 필요한 운동과 치료가 달라질 수 있어요.
특히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한 번에 갑자기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단계가 나뉩니다.
1. 무릎 관절염 1~4단계
무릎 연골은 뼈와 뼈가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연골이 얼마나 손상됐는지에 따라 대략적인 진행 정도를 판단하게 되는데요.
1단계는 연골 두께가 비교적 유지되어 있지만 무릎에 반복적으로 부담이 가면서 통증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체중 관리와 근력 운동이 특히 중요해요.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감량만으로도 무릎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단계부터는 연골이 조금씩 닳으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통증이나 붓기, 뻣뻣함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3단계가 되면 연골 손상이 더 진행된 상태입니다. 특히 무릎 안쪽 연골이 많이 닳고 다리가 O자로 휘면서 한쪽에 체중이 집중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절골술 같은 치료를 검토하기도 합니다.
4단계는 연골이 심하게 닳아 뼈 사이의 관절 간격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행된 상태입니다. 통증과 일상생활의 불편이 심하고 다른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인공관절 수술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릎이 아프다”는 증상만으로 몇 단계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2. 걷기보다 근육 운동이 먼저인 사람
무릎이 아프면 걷기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많이 부족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무릎을 잡아주는 근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갑자기 오래 걸으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걷는 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먼저 키우는 저항성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곧게 펴고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천천히 내리는 동작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에요.
의자를 잡고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 내리는 동작은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부터 횟수를 많이 채우기보다는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리는 편이 좋습니다.
3. 많이 걷는 것보다 중요한 걸음걸이
걷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걷느냐입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계속 걷는다면 무릎에 부담이 커질 수 있어요.
상체를 세우고 시선은 앞을 향하면서 자연스럽게 뒤꿈치부터 바닥에 닿도록 걷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몇 보를 걸었느냐’에만 집착하기보다 걷고 난 뒤 무릎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걸은 뒤 무릎이 붓거나 통증이 계속 심해진다면 더 걸어서 극복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운동 방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4. 맨발 걷기도 누구에게나 좋은 건 아니에요
요즘 맨발 걷기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맨발로 걸으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발가락과 발바닥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것은 아니에요.
평소 발가락 움직임이 좋지 않고 발과 발목의 근력이 부족한 사람이 갑자기 맨발로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나 무릎에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운동이라도 하고 난 뒤 계속 아프다면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 내 관절과 근육 상태를 먼저 보는 게 중요해요.
5. 50대 이후에는 ‘해야 할 운동’부터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운동과 지금 내 몸에 필요한 운동이 다를 수 있습니다.
등산이나 골프, 트레킹처럼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 즐기려면 그 전에 필요한 것이 하체 근력과 기본적인 걷기 능력입니다.
허벅지뿐 아니라 엉덩이 바깥쪽 근육도 중요해요. 이 근육이 약하면 걸을 때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무릎에 전달되는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누워서 다리를 곧게 들어 올리는 동작이나 옆으로 누워 위쪽 다리를 벌렸다 내리는 동작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걷기를 함께하면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섞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릎은 나이가 들었다고 반드시 심하게 망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무릎이 아픈데도 “많이 걸으면 좋아지겠지” 하며 계속 참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걷고 나서 자꾸 붓고 아프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고, 무릎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까지 달라지고 있다면 현재 상태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무릎을 오래 쓰는 방법은 무조건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에 맞는 운동을 제대로 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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